12월이 되면 직장 단톡방이나 친구들과의 모임 공지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가 바로 '망년회'와 '송년회'입니다.
"이번 망년회 장소는 여기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다가도, "송년회랑 망년회가 대체 무슨 차이지?" 하고 궁금한 순간이 있죠.
단순히 취향의 차이로 치부하기엔 두 단어가 가진 무게와 뉘앙스가 사뭇 다릅니다.
우리는 왜 굳이 '망년'과 '송년'을 구분해야 할까요?
단순히 한자어의 차이를 넘어, 우리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태도'가 이 단어 하나에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고생은 다 잊어버리자"는 마음과 "한 해를 잘 갈무리해서 보내주자"는 마음은 내년을 맞이하는 에너지부터가 다릅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망년회와 송년회의 명확한 차이점은 물론, 왜 우리가 송년회라는 단어를 지향해야 하는지, 그리고 최근 변화하는 연말 모임 문화까지 심도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망년회 vs 송년회: 유래와 언어학적 관점에서의 분석
이 두 단어의 결정적인 차이는 '동사'에 있습니다.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모임의 성격이 정의됩니다.
① 망년회(忘年會): 일본에서 건너온 '잊음'의 문화
망년회는 '잊을 망(忘)'자를 사용합니다.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해를 잊는 모임'입니다.
이 용어는 일본의 '보넨카이(忘年会)'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일본에서는 15세기 무렵부터 귀족이나 무사 계급들이 연말에 모여 "올해의 괴로운 일들을 술과 춤으로 잊어버리자"는 취지로 모임을 가졌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이 용어가 유입되어 고착화되었습니다.
하지만 '망년'이라는 단어에는 우리가 살아온 소중한 시간을 부정하거나, 단순히 술로 괴로움을 씻어내려는 수동적인 태도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립국어원에서는 이 단어를 일본식 한자어로 분류하고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② 송년회(送年會): 우리 정서에 맞는 '보냄'의 미학
반면 송년회는 '보낼 송(送)'자를 씁니다. '한 해를 정중하게 보내주는 모임'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단순히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지난 1년 동안의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를 모두 나의 자산으로 인정하고 차분히 정리한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역사적으로 우리 조상들은 연말에 '세찬(歲饌)'을 나누거나 '수세(守歲)'라 하여 밤을 지새우며 한 해를 반추했습니다.
이는 무언가를 잊으려 애쓰기보다는, 다가올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현재를 잘 마무리하는 '능동적인 의식'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언어 순화 차원뿐만 아니라 인문학적인 관점에서도 '송년회'가 훨씬 깊이 있는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25-2026 연말 모임 트렌드: '부어라 마셔라'는 옛말
최근 급변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연말 모임 풍경도 살펴보겠습니다. 예전과 다르게 모임의 성격도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① '맛'과 '취향' 중심의 미식 송년회
과거 망년회가 삼겹살에 소주로 대표되는 '취취(醉醉)' 문화였다면, 최근의 송년회는 '미식(Fine Dining)'과 '페어링'이 대세입니다. 소규모 인원이 모여 평소 가보고 싶었던 맛집을 예약하거나, 와인이나 위스키 등 각자의 취향에 맞는 주류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었습니다.
이는 "술로 취해 잊자"는 망년회적 발상에서 "좋은 음식을 즐기며 대화하자"는 송년회적 발상으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② 문화 회식과 체험형 모임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저녁 술자리 대신 점심시간을 이용한 '런치 송년회'나 공연 관람, 원데이 클래스 참여 등 '문화 송년회'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볼링, 스크린 골프와 같은 액티비티를 즐기거나 향수 만들기, 그림 그리기 등 체험을 통해 한 해를 마무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구성원 간의 유대감을 높이면서도 개인의 시간을 존중하는 현대적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③ 홈파티와 소규모 프라이빗 모임
코로나19 이후 정착된 '홈파티' 문화는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시끄러운 식당보다는 공유 주방이나 파티룸을 대여해 우리만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합니다.
배달 음식 대신 밀키트로 직접 요리를 하거나 각자 음식을 가져오는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 형식도 자주 보입니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힙니다.


품격 있는 연말을 위한 송년회 에티켓과 마무리 전략
단어를 올바르게 선택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모임에서의 태도입니다.
진정한 송년의 의미를 살리는 법을 정리하며 글을 맺겠습니다.
① 단어 선택부터 센스 있게
모임 공지를 올릴 때나 건배사를 할 때 "망년회 합시다" 대신 "한 해를 잘 보내주는 송년의 자리를 가집시다"라고 말해 보세요.
단어 하나만 바꿔도 모임의 분위기가 훨씬 정중하고 따뜻해집니다.
이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당신을 '교양 있고 세심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② 비난보다는 격려, 과거보다는 미래
송년회 자리에서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지난 실수를 들춰내거나 훈계하는 것입니다. '망년'이 아니기에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좋지만, 그 기억의 끝은 항상 '격려'여야 합니다. "그때 왜 그랬어?"라는 질문보다는 "그때 고생 많았는데 잘 이겨내서 다행이야"라는 위로가 송년회 본연의 가치에 가깝습니다.
③ 나 자신을 위한 '혼자만의 송년회'
타인과의 모임도 중요하지만, 가장 추천하는 것은 '셀프 송년회'입니다.
조용한 카페나 집에서 한 해 동안 쓴 다이어리를 훑어보거나,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을 준비해 보세요. 2025년의 나를 충분히 칭찬해 주고 보내주어야, 2026년의 나를 설렘으로 맞이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망년회'는 잊고 싶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단어이고 '송년회'는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단어입니다.
올 연말, 여러분은 어떤 단어로 소중한 사람들과 마주하시겠습니까?
올바른 표현과 건강한 모임 문화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12월을 보내시길 바랍니다.